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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음식 냄비에 담아오기. 식당에서 주는 1회용 앞치마 6개월 쓰기. 1회용 종이컵 10차례 이상 쓰기. 텀블러(다회용컵)·휴대용쇼핑팩·손수건 쓰기는 필수….
대전에서 방송작가(대전교통방송·대전국악방송)로 활동하는 이숙용씨(58)는 이렇게 산다. 남들은 그를 유별난 사람으로 보지만, 자신은 스스로의 행동을 유별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는 인터뷰 요청도 여러차례 사양했다.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라는 게 이유다. 어렵게 허락을 받았는데, 조건이 있었다. 신문에 얼굴을 내지 않는 것.
“작은 물방울도 계속 떨어지면 바위에 구멍을 내잖아요. 친환경에 대한 저의 생각도 그런 거예요. 생활 속에서 작은 것들을 꾸준히 실천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실천하고 있을 뿐이지요.”
오는 6월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전국 단위 커피판매점·패스트푸드점 등이 음료 가격에 1회용 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제도. 소비자는 음료를 1회용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을 내고, 나중에 돌려주면서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다)’를 놓고 온라인 등에서 찬반 여론이 끓고 있는 상황에서 오래 전부터 일상생활에서 1회용품 몰아내기를 묵묵하게 실천해오고 있는 이씨를 지난 3일 대전 동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얼마전 가족 회식을 위해 동네 식당에 감자탕을 주문했는데, 냄비를 직접 들고가서 담아왔어요. 숟가락과 젓가락은 물론 반찬도 받아오지 않았고요. 반찬을 받아오면 1회용 용기와 비닐이 잔뜩 딸려오잖아요.”
‘주문한 음식 냄비에 담아오기’는 이씨 가족에게는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이씨는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평소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을 더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것들을 책상 위에 좌르르 쏟아놨다. 1회용 앞치마, 낡은 종이컵, 텀블러, 휴대용장바구니, 손수건 등 온갖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검정색 1회용 앞치마였다.
“지난해 6월 방문한 한 음식점에 갔다가 받은 건데 한 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서 백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사용해요. 앞으로도 1년 이상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부는 최근 전국 단위 커피매장 등에서 연간 사용되는 1회용 컵의 수가 무려 28억개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놨다. 국민 1인당 56개의 1회용 컵을 쓴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구매’가 늘어나면서 1회용품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1회용컵 보증금제’ 등 제도만으로는 폭증하는 1회용품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활 속에서 1회용품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지 않는다면, 아마 머지않아 지구는 1회 용품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 겁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저는 결코 환경주의자가 아니예요. 세상이 너무 무서워질 것 같아서 그냥 저라도 1회용품 줄이기를 실천해 나가고 있는 거예요.”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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