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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지난해 7월 가게로 찾아온 테이블 키오스크 업체, A사 영업사원을 통해 첨단 주문결제 시스템을 설치했다. 매장 결제 단말기(포스기)와 연동돼 손님이 자리에서 주문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하다는 제품이었다. 매출 감소로 고민하던 김씨는 ‘인건비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1,200만 원을 주고 계약했지만 시스템은 두 달 넘게 먹통이었다. 기존 포스기와 연동도 안 됐다. 김씨는 “종업원 한 명 월급이 200만 원이라 6개월 뒤엔 본전을 찾겠다 싶어 계약했는데, 환불도 안 돼 빚만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얄팍한 상술의 업자들 때문에 또 한 번 울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판매 업체가 과거에도 유사한 문제를 일으켰던 업체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당국의 더욱 강화된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8일 인터넷 자영업자 카페에 따르면 김씨처럼 A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 20여 명은 공동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들이 밝힌 피해는 대부분 기계 설치 후 대금은 빠져나가지만, 구동 프로그램 설치를 몇 달씩 미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기 화성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모(36)씨 “지난해 12월 영업사원이 무료로 사용해 보라며 자기들 물품을 매장에 설치해 주고 계약상 절차라며 할부금융사에 가입시켰다”며 “돈이 빠져나가면 바로 입금해준다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사용도 못 하는 기계라 해지하려고 하니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는 계약직 영업사원의 불찰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불법 행위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일부 환불 처리했지만 단순 변심에 대해선 환불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소프트웨어 설치에 3주가량의 시간이 걸려 작업이 지체됐을 뿐, 계약 위반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A사가 이전에도 CCTV, 전광판 등의 사업을 하며 캐피털 등 할부금융을 악용, 사기행각을 벌여왔다고 주장한다. 각종 홍보물을 가게에 비치해 두고 ‘일주일에 두 차례 비치 사실을 사진으로 입증하면 할부금을 돌려준다’며 제품을 설치했지만, 막상 설치 뒤엔 환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박모(48)씨는 “사진을 찍어 보내면 36개월간 월 이용료 7만5,900원 가운데 6만 원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1년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며 “페이백 자체가 불법이라 법적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지금도 매달 꼬박꼬박 캐피털로 대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가 제시한 계약서의 업체 주소는 A업체와 같다.
A사가 소규모 사업장을 ‘범행’ 대상으로 하는 데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상행위를 하는 사업자들은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권 행사 등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피해가 입증돼도 보상받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별도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률홈닥터 전연희 변호사는 “계약 시 할부금융 가입을 강제하는 경우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업체 측이 구두로 제시한 조건을 계약서에 기재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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