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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경제권을 빼앗긴 뒤 장기간 별거하다 이혼소송에서도 패소한 70대 남성이 아내의 집에 방화를 시도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이승철 재판장)는 살인예비,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을 선고받은 A씨(75)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21일 오후 9시44분께 아내 B씨(63·여)가 거주하는 광주 모 아파트를 찾아가 불을 질러 아내를 살해하려 하는 등 살인을 계획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범행은 상황을 목격한 이웃들의 저지로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아내와 30여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오던 중 자신의 급여통장을 비롯한 퇴직연금 등 모든 재산을 아내가 관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2013년부터 아내와 따로 살았다. 하지만 사실상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A씨는 B씨와 자주 다퉜고, 이혼소송까지 수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B씨는 A씨의 보험금까지 몰래 발부받으려 했고, 2020년 11월에는 B씨가 자신 몰래 실종신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련의 상황을 겪으면서 A씨는 '차라리 같이 죽자'는 마음을 먹고 휘발유와 라이터를 미리 준비해 B씨의 집을 찾아 범행을 시도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분신을 하려 했을 뿐 B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를 살해하고 거주지에 불을 놓아 이를 훼손할 목적으로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했지만 피해자 및 이웃 주민의 제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만일 불이 나 인접세대 또는 아파트 전체로 번질 경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확대돼 공공의 안전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컸다. 피해자와 이웃 주민들이 이 범행으로 인해 큰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을 보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판단에 불복한 검사 측과 A씨 측은 쌍방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원심에서 상당한 기간의 구금생활을 통해 충분히 반성할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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