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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흥신소에 1100여 건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 박모(41)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나만 바라보는 토끼 같은 자식과 아내,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씨가 넘긴 개인정보는 이석준(26·구속)에게 넘어갔고, 이씨가 지난해 12월 신변보호 대상 여성의 거주지를 찾아가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귀결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박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간 주소, 차량 정보 등 1101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해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뇌물 3954만원을 수수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흥신소 업자 민모(41)씨와 김모(38)씨에 대한 재판도 이날 함께 열렸다. 이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박씨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적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이날 재판에서 준비해온 의견서를 펼쳐 읽으며 "가족들이 내게 원했던 것은 힘이 되어주는 아빠이자 남편일텐데 한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순간의 이득을 위해 (범행을) 했던 것이 부끄럽다"며 "공무원으로서 남들보다 정직하고 청렴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1월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의 자녀 사진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를 받는 대가로 박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민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뇌물 공여 횟수나 액수 등에 대해선 일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박씨의 범행은 경찰이 이른바 '이석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성폭행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보복살인)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박씨가 흥신소 업자에게 넘긴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3개의 흥신소를 거쳐 이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