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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결혼과 출산과 양육은 도전이다. 그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차별적 시선을 견뎌야 한다. 장애인이 결혼한다고 하면 선을 넘는 질문을 받게 된다. “결혼은 꼭 해야겠니.” 결혼하고 아이를 갖겠다고 하면 또 다른 말이 선을 넘는다. “네 몸도 불편한데 아이는 어떻게 키우려고.”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윤현진(가명·29)씨는 2015년 비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손과 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현진씨와 장애가 없는 남편의 결혼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며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맞서 혼인신고를 먼저 했지만 그래도 시아버지는 그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진씨는 스물두 살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가지면 헤어지라고 안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임신 소식에 시어머니가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깜짝 놀라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키우려고 하지’ 생각하지 않으셨을까요.” 장애 없이 태어난 손자를 안고서야 시아버지는 현진씨를 며느리로 인정했다.
임신하고 찾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현진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의사가 그를 따로 불러 물었다. “혹시 성폭행 당하셨나요?” ‘왜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하나’ 불쾌감이 밀려 왔다. 함께 병원에 온 남성이 남편이라고, 결혼한 사이라고 반복해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 태아보험 가입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제가 장애가 있으니까 모든 보험사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 장애로 아기의 건강조차 보장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와 셋째를 가졌을 때는 보험 가입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출산 후 그를 받아주는 산후조리원은 없었다. 집 근처 조리원에 예약을 시도했지만 ‘장애인 산모는 안 됩니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거주하는 경기도 북부 도시에서 35㎞ 떨어진 서울 구로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동안 휠체어 타고 장애인으로 살면서 차별이 별로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차별을 많이 느꼈어요.”
장애 유전 우려에 깊어지는 상처
장애인 부모는 장애 유전을 우려하는 주변의 시선과도 씨름해야 한다. 오른쪽 손과 발을 잘 쓰지 못하는 중증 지체장애인 김민정(42)씨는 시험관 시술로 재작년 8월 아들을 낳았다. 38세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병원에서도 시술을 권했다. 학교 비정규직인 그는 시술을 위해 근무를 빠질 때가 많았다. 상사와 동료들이 눈치를 주면서 필요 없는 말을 덧붙였다. “장애가 있는데 애를 낳을 필요가 있느냐, 둘이 살면 되지 왜 아이를 가지려 하냐는 말을 들었어요.”
시댁에서도 장애 유전을 걱정해 임신을 만류했지만 그는 ‘내 장애는 유전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시도로 시술에 성공하자 시댁 태도가 달라졌고, 축하를 받았다. 그렇지만 직장에서 시선은 여전히 차별적이었다. 휴직 중인 지난달 학교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료의 인사말은 “애는 멀쩡하냐”였다. 김씨는 “멀쩡하다고 이야기하고는 왔는데 학교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면서 “학교는 그래도 인식이 깨어 있어야 하는 곳 아니냐”고 되물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한선화(가명·36)씨도 출산 과정에서 시험관 시술과 주변의 우려라는 두 개의 산을 넘었다. 선화씨는 2015년 같은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시술을 택한 부부는 4차례 시도 끝에 2019년 딸을 낳았다. 양가 부모는 선화씨가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태아가 건강한지 물었다. “제가 아기를 늦게 가졌으니까 축하해주기는 했어요. 근데 이제 묻는 거죠. (미리) 시력은 알 수 없느냐, 낳기 전에 (장애가) 유전되는지 아닌지 검사할 수 없느냐고요.” 딸은 장애 없이 태어났지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둘째는 반대했다.
선화씨는 아이 키우는 게 힘들어 둘째를 포기했지만 첫째 낳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장애 여성이 아이를 원한다면 낳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후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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