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8-18 17:17
출산 열흘 남았다
 글쓴이 : mdwcgqde
조회 : 124  

오늘로 출산예정일 일주일 남은 여붕임.

이런저런 막달 증상 느끼면서 맘카페에 질문글도 많이 쓰고 자주 들어가보게 되는데 왠지 이 얘기는 거기보단 개드립에 끄적이고 싶어서 글남김. 긴 글이나 싫어하면 안읽어도 된다. 

 

임신기간동안 늘 웃지만은 못할 일들이 많았어서 아기한테 미안함도 있다. 그래도 아기가 뱃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는게 뇌태교에 좋다는 얘기도 있어서 위안삼고 잘 지내왔다. 일주일 남은 지금은 남편이랑 맨날 꿍야꿍야 애기랑 노는 상상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음.

 

네이버 임신&출산&육아 관련 1위 까페중에 맘스*릭이라는 곳이 있다. 아마 임신출산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본 개붕이라면 들어봤을 듯. 정보공유하는 방, 수다떠는 방, 고민털어놓는 방, 부부클리닉 등등 카테고리가 엄청 세분화되어있어서 임신출산 종류/시기별로 잘만 이용하면 정보쪽으로나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 아쉬운 점은 여자 네이버아이디로만 가입이 가능한거. 남편들도 시간 쪼개서 임신출산 관련된 시시콜콜한 정보 얻어가면 좋을텐데 싶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 부부지만 넉넉하지는 않다.

결혼할 때에도 양가에서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고 그냥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임. 결혼할 때 전세 싸게 들어왔는데 내년초에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될지 돈은 어케 조달할지 고민하는 평범한 신혼부부다. 물론 모아놓은 돈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임신하고 휴직 들어오고 나서 내 월급이 거의 반토막이 나니까 좀 당황스럽긴 하더라(원래 남편보다 내가 수입이 많았음). 

 

임신기간 동안 먹고싶은거 참으며 쫄쫄 굶은건 아니지만 외식할라치면 일단 통장잔고랑 이번달 며칠남았는지 계산하게 되고. 배달이나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먹는게 건강하기도 하고 가격도 적게 드니까 만삭에 발바닥 아파 뒤지겠는데도 걍 재료사서 요리하게 되더라. 그나마 임신하고 술을 안먹으니 술값이 안나가서 다행이야. 코로나라 어디 멀리 태교여행 이런것도 안갔으니 돈 굳었고 ㅋㅋㅋ

 

그냥 이래저래 가끔은 근교에서 바람도 쐬고 하며 둘이 지내다보니 열달이 다 찼는데, 이제 막바지 출산준비 하고 위에 말한 카페 자주 들어가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어쩔 수 없지만 애 하나 낳는데도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야. 애 키우면서 나갈 미래의 비용은 둘째치고, 애 낳는것 준비만 해도 말야.

 

출산 준비물이라고 해서 공유하는 리스트 중에 기본만 해도 제값주고 다 사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짐. 그래서 난 애초에 엑셀로 용품별로 필요한 이유랑 갯수랑 인터넷 최저가 정리한 다음에 애기 옷이나 입에들어가는거, 카시트 빼고는 당근마켓에서 거의 다 구했어. 어른들 물건은 잘 모르겠는데 유아용품은 사용기간도 짧고 깨끗하게들 써서 예산의 한 1/3정도만 쓴것 같음. 그리고 맘씨좋은 엄마들이 분유저장팩이나 수유패드 이런거 미사용품 새거 걍 껴주기도 하니 임신개붕이들 있음 참고해 ㅋ 

 

여튼 나같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카페보면 진짜 쌩돈주고 다 사는 사람들도 많고, 아가 태어나기 전에 아가방 예쁘게 꾸며놓은거 자랑하는 게시글도 많음. 매체 통해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신생아때 타는 유모차만 해도 어디서 들어봤다 싶은거 찾아보면 100만원 넘어감ㅋㅋ 원래 나는 5천원짜리 티셔츠 입어도 내새꾸는 3만원짜리 옷 사주고 싶은게 부모맘이라..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육아용품 브랜드들이 그 심리를 잘 이용한다 해야 하나? 브랜드에서 시작되어서 엄마들 인스타까지 퍼지면 거의 뭐 게임끝이지. 

 

출산 준비물 남들이 준비한다고 해서 다 준비할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소중하게 얻은 첫아이한테 혹시라도 뭐 부족할까 싶어 계속 찾아보는게 부모님 맘인지라. 어디 브랜드의 이불세트가 핫딜이다, 아기세제가 핫딜이다, 이렇게 할인하는 정보 올라오고 그 밑에 '감사해요 할인 기다리다 덕분에 잘 샀어요' 등등 달리는 댓글 보고 있으면 애기껄 뭐 브랜드를 해주는지 극성이다 싶다가도.. 이걸 가격의 이유로 준비하지 못하는 형편의 사람들은 속으로 박탈감도 느껴지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애기용품 한번이라도 검색해본 개붕이라면 알겠지만 가격대가 진짜 비쌈. 나도 결국 세일할 때 애기 이불세트 사놓긴 했는데 우리 부부 이불보다 비쌈;;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거 가지고 길게 쓰긴 했다만...

우리나라 아무리 저출산 국가라지만 서울쪽은 병원도 산후조리원도 여전히 미어터지고.. 애기 낳기 싫다고 하는 처자들도 많고 딩크부부도 늘어나지만 난임센터에 돈,시간,멘탈 다 쏟아부어가면서도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으로 간절하게 아기 바라는 부부도 아직 엄청 많은 것 같다. 일단 임신 확인하고 나면 위에서 말한 출산준비하는 단계에서만도 양극화가 느껴지고, 곧 경험하게 되겠지만 애들 커가면서 그 격차도 벌어지고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심리전도 계속되겠지? 애기는 너무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참 정글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애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도 끊임없이 하게 돼.

 

출산 앞두고 드는 아쉬움 설렘 이런걸 여기다 다 끄적이게 되네. 

혹시라도 다 읽은 개붕 있다면 고마워. 주든 말든 순산기운 받아갈게 ㅋㅋㅋ

 

결론 :

1. 일주일 뒤면 나도 부모가 된다.

2. 당연한 얘길수 있지만 임신출산에 돈이 꽤 들어가긴 하더라.

3. 그래도 휘둘리지 말고 형편에 맞게 즐겁게 살아나가자.

4. 개드립으로 태교 잘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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