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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임대아파트 주민인데, 같은 층에 조현병 환자가 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복도에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한 이웃이 놀라서 집으로 들어간 적도 있고, 다른 이웃은 결국 이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LH를 포함해서 주민센터, 경찰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하나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시흥 장현지구에 공급한 한 국민임대 아파트. 2020년 10월 입주한 총 1292가구 대단지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한 이웃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동안 조현병 환자 A씨가 집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각 세대 현관문을 때리고 다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흉기를 들고 복도를 활보하기까지 해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는 것.
이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B씨는 땅집고 통화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A씨가 지난해 11월 24일 복도에 흉기를 들고 나와서 돌아다녔다. 주민 신고로 경찰 5~6명이 출동해 칼을 빼앗았지만, 신고한 지 20분 만에 나타났다. 사람 죽고도 남을 시간”이라며 “옆집 할머니는 A씨가 조현병인지 모르고 문을 열어줬다가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A씨가 갑자기 집에 들어와 이상한 말을 쏟아내면서 위협하는 바람에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A씨는 키가 180㎝정도에 몸무게가 75~80㎏ 정도 나가는 거구의 남성이다. 아직 어린 학생이나 노인에게 충분한 위협이 되는 셈”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항의해도 LH에선 인권 문제를 들며 A씨를 강제로 내보낼 방법이 없다고만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A씨가 임대아파트에서 퇴거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A씨처럼 이웃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입주자를 임대아파트에서 내보낼 방법은 없는 걸까. LH는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소득기준 등 여건을 갖춘 청약당첨자와 임대주택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주택을 고의로 파손한 경우 ▲주택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주택을 제 3자에게 불법으로 전대한 경우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입주 거부나 재계약 해지를 통보한다.
문제는 이 법령에 A씨처럼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입주민은 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는 것. LH 관계자는 “피해 주민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LH가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입주민을 퇴거시키는 것은 지금으로선 위법”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국토교통부나 국회에 ‘공공주택특별법상 계약해지 사유에 난동 등 항목을 추가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도 “공공주택이 주거 취약계층을 수용해야 하는 만큼 인권위원회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피해사실 없이 심증이나 정황만으로 조현병 환자 등에게 낙인을 찍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입장”이라고 했다.
행패를 부리는 입주민을 강제 퇴거시킬 수는 없지만 피해를 입은 입주민이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LH가 같은 단지에서 동·호수를 변경하거나 해당 지역 내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시흥장현 국민임대아파트에서 A씨의 난데없는 주택 침입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은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 보호 요청까지 한 사실이 인정돼 현재 다른 집으로 이사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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