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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컴퓨터를 포맷해 자료를 삭제한 후 인수인계 없이 퇴사한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 등은 근무하던 회사 대표에게 불만을 갖고 퇴사 전 서로 공모해 동종업체를 설립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새 회사를 차릴 때 기존에 일하던 회사와 유사한 브랜드명을 사용했다. 이들 중 B, C, D 등 3명은 퇴사 전 약 3개월 동안 회사 방침과 달리 공용폴더에 자료를 백업하지 않고, 퇴사 직전엔 사용하던 컴퓨터 드라이브를 포맷해 자료를 삭제한 뒤 인수인계 없이 회사를 나와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이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범행 가담정도에 따라 형을 정했다. 범행을 주도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B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C와 D 등 5명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1명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설립한 회사 브랜드명이 기존 회사와 유사하지 않고, 영업자료를 삭제한 행위가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 대한 형량을 징역 10개월로 높였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핵심 임직원들인 이들은 퇴사한 다음 기존 회사와 매우 유사한 영업표지를 제작·사용해 기존 회사는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퇴사 무렵 업무 자료를 모두 삭제해 기존 회사 업무를 방해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자유 의사나 행동을 제압할 만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정상적 업무수행 활동이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며 “컴퓨터 드라이브를 포맷한 후 인수인계 없이 퇴사한 행위는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하고 피해 회사의 경영업무가 방해될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에겐 적어도 미필적 업무방해 범의도 있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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