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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와 함께 박물관 견학을 갔다. 연일 영하권의 날씨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박물관 견학을 마친 우리는 얼어붙은 몸을 따뜻한 핫초코 한잔으로 녹이기로 했다. 근처 카페를 찾던 중 출입문에 버젓이 붙어 있는 ‘노키즈존’( No Kids Zone)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 금지구역. 우리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곳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위험하다는 이유이다. 어린이에게 거대한 장벽을 쳐놓은 ‘거부 ’ 표시는 마치 선택의 자유가 있기라도 한 듯 너무도 당당했다. 아이들이 보기 전에 서둘러 노키즈존 표지가 없는 카페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직 정리되지 않은 크리스마스 장식 전구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함께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마주친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 아이는 멈춰 서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직원이 나를 불렀다.
아이·부모 차별해도 되는 나라
“저기요, 이리 와 보세요. 여기 날카로운 것들이 많아요. 사고 나지 않게 아이 단속을 잘 시키세요.”
우리는 그냥 서서 눈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이는 누군가의 눈에 잠재적 위험분자였고, 나는 아이가 카페 안을 돌아다녀도 방임하는 무책임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노키즈존 ’ 논란이 거세지던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키즈존은 아동 차별 ’이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는 권고일 뿐, 이제는 ‘노 배드 페어런츠 존’ (No Bad Parents Zone)까지 생겼다. ‘아동을 관리하지 못하는 나쁜 부모 ’라며 양육자에게 경고 딱지를 붙여 놓은 것이다. 이 허울 좋은 말은 노키즈존이 필요한 이유를 돌봄 역할을 맡은 양육자들, 특히 엄마들에게 그 화살을 돌리고 있다. 아동과 여성 양육자들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재생산하며 차별해도 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 온 남편은 한국에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냥 하는 투정이 아니다. 양육자로서 겪는 심적, 물리적인 차별들은 허들 하나를 넘으면 다른 허들이 또 기다린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주로 유아차를 타거나 아장아장 걷는 방법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영유아들에게 필수 이동수단인 유아차로 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좁고 턱이 높은 입구와 수많은 계단,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하철역,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로는 도저히 유아차를 이용해 움직일 수가 없다. 유아차가 갈 수 없는 길은 휠체어는 물론 다리가 아픈 사람이나 노인 역시 이동하기 어렵다. 모두 한때 어린이였고 노인이 되어가며, 누구나 다치거나 아파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의 어려움으로만 치부될 뿐 사회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는 술집, 카지노 등 아동 보호를 위해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열려 있다. 물리적으로 어떤 곳이든 아동은 물론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입장을 환영한다. 캐나다의 모든 건물은 ‘배리어프리’ (Barrier-free·무장애 ) 설계가 되어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건물을 지을 때 배리어프리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며, 주마다 고유한 법률이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다. 출입구는 물론 지하철을 만들 때도 설계 전부터 아동, 휠체어 이용자, 노인 및 유사한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는 주거용 부동산보다 산업용 건물일수록 더욱 엄격하다.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병원을 세울 수 없는 곳. 누구나 편하게 들어오도록 공간을 확보해주는 곳. 몸이 불편한 승객 하나가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받침대가 내려가고 휠체어에 벨트를 채우느라 시간이 걸려 이로 인한 버스의 배차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캐나다가 차별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이미 2006년 아동에 대한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대한민국 참여정부가 법무부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내놓기 일년 전이다. 앞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캐나다와 한국의 15년의 격차는 삶의 질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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