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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어차피 우리처럼 머리 나쁜 사람은 20대가 되면 굶어 죽고 가망이 없어."
부모의 이혼으로 몸이 아픈 조부모와 함께 살아온 A군(19)은 동생 B군(17)에게 "배운거 없고 중졸이면 알바도 안 뽑아준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면서 고교 졸업 후의 삶을 걱정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군(19)은 "급식카드를 가지고 편의점에 가서 음식을 사오라"는 할머니의 심부름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가난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 같아서다. 그는 편의점에 가기 싫어 친할머니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말다툼했다.
A군은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가 원만했다. 그럴수록 부모의 빈자리와 불우한 가정형편이 더 큰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A군의 중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밝고 순수하며 순박한 성격으로 예의가 바르다'로 적혀 있다.
그러나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극단적 시도를 했고 이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기도 했다.
A군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할머니와 급식카드 문제로 다퉜다. 지난해 8월29일 대구 서구에 있는 집에서 할머니는 A군에게 "왜 급식카드를 가지고 저녁에 먹을 것을 사오지 않느냐. 너희들이 직접 먹을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고 나무랐다.
할머니의 꾸지람을 들은 A군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는 이날 오후 10시26분쯤 동생 B군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할머니 죽일래? 즐기다 자살하는 거지 어때?'
그리고 휴대폰으로 '사람 한번에 죽이는 법'을 검색했다. A군은 샤워를 마친 친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흉기를 겨누었다.
할머니가 "나 죽이고 행복하게 살 자신 있으면 죽여봐라"고 하자 A군은 잠시 머뭇했다.
할머니가 휴대폰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A군은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생각해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60여차례 흉기에 찔린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과정을 모두 목격한 할아버지에게 다가간 A군은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며 흉기를 들었다. 그때 동생 B군이 "할아버지를 죽이지 말자"고 말렸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A군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똑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추해지기 싫다. 반성이나 선처를 빈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에게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새 삶이 주어진다면 평생 반성하며 노약자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살아가겠다'는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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