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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처할 때마다 지역사회 도움으로 위기 극복
각계각층에서 "지방 소멸 앞장서는 포스코에 배신감"
포스코가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 전환을 확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포스코 지주회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포항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결정에 대해 우려와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든다고 성토할 정도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스코와 포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은 철강공업 육성계획 일환으로 포항에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라는 국영기업을 설립했다. 이후 포스코는 반세기 이상 포항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기업이다. 포스코라는 명칭 자체도 포항제철주식회사의 영문인 Pohang Steel Corporation에서 유래됐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포스코와 포항
포스코가 포항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 포항 지역경제의 주력은 철강업이다. 철강업과 연동되는 운수업, 건설업 등이 포스코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에 근무하는 직원과 협력사들이 포항 시민이라는 점에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와 포항은 한 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스코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런데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하면서 포항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1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 분할을 통해 포스코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로 나누는 안건을 담은 분할계획서를 상정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서울에 설립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두 개의 회사로 나눠지는 시점은 3월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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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은 1인 시위까지 하며 "포스코가 포항에 처음 공장을 설립할 당시 땅을 반값에 사들이고 포항 영일만 바다 절반을 앗아갔으며 현재까지 환경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런 만큼 포항에 헌신해야 하는데 국민기업이 지방 소멸에 앞장서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에 터 잡는 포스코 지주사 난항 조짐
포스코그룹 측은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이다. 포항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지역에서는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포스코가 미래기술연구원까지 서울에 두기로 결정한 점도 지역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연구소 같은 경우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포항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포스코그룹의 결정이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포스코 지주사를 서울에 둔다고 당장 포항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겠지만, 가뜩이나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주사 설립 이후 지역경제에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가적으로도 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게 어려운데 지방 간판 기업이 서울로 이전하는 건 지역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각계각층에서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결정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지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는 경영 변화에 대해서는 독단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지역경제라는 이유로 각종 행정 처분에서 빠져나왔다. 경북도는 2019년 5월 포항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조업 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7개월 뒤 경북도는 포스코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처분을 철회했다. 당시 포스코는 경북도에 포항제철소의 조업 정지로 업장이 폐쇄되면 포항 지역경제에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고 호소했다. 포항시도 포항제철소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경북도 처분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 시민과 포항상공회의소는 2016년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소 환경 규제 완화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당시 한 달도 안 돼 50만 지역 인구의 60%가 넘는 32만80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역사회에 기여한 포스코 및 포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최선책이라는 주장이 포항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었다. 이처럼 오늘날의 포스코는 포항 시민의 희생과 협력으로 만들어졌음에도,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지역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 포스코 사태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과거에도 포스코 경영진은 독단적인 결정으로 '국민기업'으로서 실망감을 안겼다. 대표적인 게 2008년 '포스코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 사건이다.
2006년 4월 포스코는 적대적 M&A(인수·합병)설에 휘말렸다. 당시 포스코 주가는 25만원 안팎이었는데,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적대적 M&A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가치를 20% 올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포항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당시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항뿌리회는 '포스코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쳤다. 이 캠페인에 공무원, 대학교수, 지역 인사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그렇게 포스코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30만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이때 보유하고 있던 스톡옵션 일부를 매각했다. 그는 그해 10~12월 스톡옵션 2만 주를 행사해 36억원 상당의 현금을 챙겼다. 포스코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벌여온 포항 시민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뒷말이 나왔다. 이후 취임한 정준양 회장과 권오준 회장 등 경영진 33명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8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면서 도덕적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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