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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능점수로 건국대 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기도 했다.
문·이과 학력 격차의 핵심 요인은 수학 실력이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문·이과 학생들이 ‘칸막이’를 치우고 경쟁하게 되자 수학 과목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의 약 94%가 이과생인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난이 심해지고 의약계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의 시련은 입시에서 끝나지 않는다. 졸업 이후엔 ‘취업절벽’이 기다린다. 현대자동차·SK·LG그룹 등 대기업들이 문과생의 주요 취업 통로였던 공채를 폐지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인재 채용을 늘리면서 문과 전공자의 취업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정보통신기술 전공자의 취업률은 24.0% 증가했지만 인문학 전공자는 2.4% 감소했다.
‘문과의 보루’로 여겨지던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이과생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컨설팅업체 인사담당자는 “주로 문과 출신으로 구성된 회계법인 감사파트도 자동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이대로라면 문과가 설 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첫 통합형 수능 '이공계 침공'
'수포자' 문과생과 이과생…갑자기 '한울타리'서 경쟁
문·이과 첫 통합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모집에서 이과 초강세가 나타난 1차적인 배경은 문·이과 학생 간 수학 실력의 격차다. 수학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이과생은 이를 무기로 내세워 ‘문과 침공’에 나선 것이다.
서울 중위권 대학을 바라보던 이과생이 교차지원을 활용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계열에 합격하거나 지방대학을 바라보던 학생이 ‘인서울’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다수 발생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과 인재 선호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실화한 이과 강세
2021학년도 수능까지 수학은 이과생이 가형, 문과생은 나형을 주로 치렀다. 문·이과생이 각각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우열을 가렸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상 처음으로 이 경계를 없애고 문·이과를 통합해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것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 과목을 선택한 문과생이 불리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와 변별력이 높아질수록 올라가기 때문에 수학에 강한 이과생이 유리한 구조”라며 “이미 수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예견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과생의 절반 이상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것도 교육현장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포자 양산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의 수학교육 대원칙에 ‘학습 부담 경감’이 명시되면서 ‘문과는 어려운 수학을 꼭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 주요 대학까지 이에 맞춰 인문계열에 수학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전형을 시행하자 수포자는 더 늘어났다. 이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단지 수학을 피하기 위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급증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문과생이 수년간 쉬운 수학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갑자기 울타리를 치워버리고 이과생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시키니 대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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